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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전이금속 합금기반 준강자성체에서의 magnetic damping 연구

Research on magnetic damping of Rare Earth - Transition Metal ferrimagnet



우리가 연구하는 스핀 동역학이라는 것은 ‘외부 자극이 주어졌을 때, 스핀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가장 간단한 예로, 외부에서 자기장이 주어졌을 때, 스핀(혹은 자기모멘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색 화살표는 스핀의 방향을 의미하고, 초록색 화살표는 외부에서 걸어주는 자기장의 방향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게 되면 스핀은 세차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스핀이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팽이의 운동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회전하는 팽이를 슬쩍 건들어보라. 그러면 팽이는 쓰러지지 않고 세차운동을 하게 될테니).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회전하는 팽이는 언젠가 쓰러지게 된다. 그 이유는 마찰 등으로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스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기장을 걸어주게 되면 자기장 주변을 세차운동하다가 결국 에너지를 잃어버리고 자기장 방향에 평행하게 정렬하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magnetic damping이라고 한다. 결국 자기장에 대한 스핀의 반응은 ‘세차운동과 자기장 방향으로의 정렬’ 이라는 두 개의 운동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을 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전문용어로 Landau Lifshitz-Gilbert equation이라고 한다).


$$ \frac{\partial \vec{M}}{\partial t} = - \gamma \left( \vec{M} \times \vec{H} \right) + \frac{\alpha}{|M|} \left( \vec{M} \times \frac{\partial \vec{M}}{\partial t} \right) $$

왼쪽에 있는 항은 시간에 따른 자기모멘트의 변화량을 의미하며, 오른쪽 첫 번째 항은 자기장 (H)에 대한 세차운동, 오른쪽 두 번째 항은 자기장 방향으로의 정렬을 나타낸다. 여기서 α가 바로 magnetic damping parameter라고 하고, ‘얼마나 빨리 에너지를 잃고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하는지’를 나타낸다 (α가 클수록 빨리 정렬한다. 대략적으로 α가 0.01이라고 하면 100번의 세차운동 후,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질에서 α가 얼마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림. (왼쪽) 외부 자기장 하에서의 스핀의 운동 (오른쪽) 지구 중력장 하에서의 팽이의 운동. (그림출처: UNIST 이기석 교수님)

그런데 α 값을 실험적으로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제안되어 왔다. 첫 번째 방법은 FMR (ferromagnetic resonance)이라는 방법으로, 세차운동과 똑같은 주파수의 교류자기장을 외부에서 가해주어서 공명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교류자기장의 주파수를 스윕하게 되면, 공명주파수에서 peak이 나타나게 되고, 이 때 나타나는 peak의 선폭이 바로 damping parameter와 관련이 있게 된다 (일반물리에서 풀었던 damped harmonic oscillator를 기억해 보라). 두 번째 방법은 자기장에 따른 자구벽(domain wall)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속도-자기장 그래프의 기울기가 damping parameter와 관련이 있게 된다 (자세한 게 궁금하면 나를 찾아오라)


본 연구에서는 희토류-전이금속 합금에서 자구벽의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damping parameter를 구하였다. 사용한 물질은 GdFeCo합금이며, 이 물질은 Gd과 FeCo의 자기모멘트 방향이 반대방향으로 향해 있으므로 준강자성체(Ferrimagnet)로 알려져 있다. 희토류-전이금속 준강자성체는 각운동량 보상점(angular momentum compensation temperature)이라는 특이점이 존재하는데, 이 지점에서 Gd과 FeCo의 각운동량이 같아져서 전체 각운동량이 0이 되어버리게 된다.


본 연구에서 두 가지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1) magnetic damping parameter(α)는 각운동량 보상점이라는 특이점과 전혀 상관없이 항상 거의 일정하다 2) α값이 약 $10^{-3}$ 정도로 아주 작다. 라는 것이다. 이 결과가 재미있는 이유는, 기존의 예측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의 예측으로는 damping parameter가 각운동량 보상점에서 발산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따라서 damping parameter값이 온도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사실 물리적인 어떤 parameter가 무한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존의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그럴까?


기존의 예측도 사실 나름대로 일리는 있었다. Damping parameter는 자구벽의 속도나 FMR의 선폭으로 결정되는데, 실제로 이 값들을 측정해보면 각운동량 보상점에서 급격히 커진다. 물리적으로 자구벽의 속도와 FMR의 선폭이 커진다는 것은 위의 그림에서 스핀이 세차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구벽의 속도와 FMR의 선폭이 급격히 커지므로, damping parameter가 커지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각운동량보상점에서 스핀이 세차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은 ‘damping이 커져서’가 아니라 ‘각운동량이 사라져서’이다. 생각해보라. 팽이가 회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쓰러지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마찰력이 증가해서…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가 발견한 사실이다. 물질에서 damping parameter는 각운동량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물질에서 damping parameter는 무엇이 결정하는 것인가? 이것은 사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스핀이 주변에 에너지를 내 놓으면 되고, 그 ‘주변’이 무엇인가에 따라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연구한 GdFeCo라는 물질에서 damping parameter를 결정하는 원인은 Fermi level에서의 전자산란(electron-scattering)이 그 원인인 것으로 생각이 된다. GdFeCo의 밴드 구조를 보면, Gd의 자성을 결정하는 4f electron band는 Fermi level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전자산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음에 반해, FeCo의 자성을 결정하는 3d electron band의 경우 Fermi level에 있기 때문에 전자산란에 큰 영향을 준다. 결국, GdFeCo라는 물질에서 magnetic damping에 영향을 주는 것은 FeCo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FeCo만으로 된 물질의 damping parameter를 확인했고, 이 값이 GdFeCo의 값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이 결과로부터 우리는 GdFeCo의 damping을 결정하는 것은 FeCo에 의한 전자산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자 김갑진
E-mail : kabjin@kaist.ac.kr


To cite this article:
D.-H. Kim et al 2019 Phys. Rev. Lett. 122 127203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2.127203